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늘의 일기(11월 10일)

by 잠바떼기 2025. 11. 10.
반응형

📘 오늘의 일상 — 월요일

오늘은 월요일.
아침 6시 30분쯤,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평일의 시작은 늘 그렇듯 알람과 함께 억지로 시작되는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를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요즘은
아침 식사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오히려 조금 여유가 생겼다.
공복인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추석 전까지만 해도 몇 달 동안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땀도 나고 힘들었지만 몸이 움직이는 느낌이 좋았는데,
추석 연휴 이후로는 슬쩍 자동차로 돌아와 버렸다.
게을러진 건 사실이지만… 또 그게 사람이지, 뭐.

차로 약 30분을 달려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출근 시스템에 출근 체크를 하고,
천천히 메일을 한 번 훑어본다.
그러고 나면, 내 책상 바로 맞은편에 앉아 계신 부장님께
“커피 한 잔 하시죠?”라는 의미로 손짓을 슬쩍 해보인다.
시간은 딱 7시 50분쯤.

부장님과 함께 커피를 내리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한 모금 넘기고 나면
근무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딱 8시.
그렇게 나의 월요일은 시작된다.

여느 사무직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오전 업무를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나?
그때였다.
팀장과 팀원 한 분이 어떤 업무 건으로 의견이 충돌했는지
둘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서, 난 그냥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팀장이 강압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목소리 톤부터 강도까지… 듣기만 해도 기가 빨리는 스타일.

나는 자연스럽게 귀마개를 찾았고, 그대로 귀에 쑤욱 꽂았다.
이 패턴도 이제 익숙하다.
무슨 문제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괜히 중간에서 아는 척 했다가는
“그런 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식으로 면박 주는 팀장이라.
존중은 하되, 존경은 1도 없는 그런 타입.
만약 내가 팀장이 된다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가끔 그런 반면교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강압적인 기세에 눌렸는지 분위기는 슬슬 가라앉았고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귀마개를 뺀 뒤에도, 그 불편한 공기는 조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격무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2시가 됐다.
우리 회사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2시 50분까지인데,
나는 늘 그렇듯 식당에서 밥을 빨리 먹고 나오는 편이다.
대략 12시 25분쯤이면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오게 된다.
오늘도 예외 없이 밥을 허겁지겁 먹고는 회사 안을 걸으며 점심 시간을 보냈다.
별다른 건 아니고, 그냥 걷기 운동.
이게 내 작은 루틴이 됐다.

양치를 하고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오전에 마무리하지 못한 품의서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결재를 올렸다.
“하아…” 숨을 한번 돌리고 있었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좀 봐달라는 연락.
가봤더니… 당장 손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내일 오전에 처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해당 업무 중단 지시를 내렸다.

그 문제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데에 오후 시간을 몽땅 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5시 50분, 퇴근 시간이었다.
정말 바쁘게 달려온 하루였다.
컴퓨터에 작업한 파일들을 저장하고 전원을 끄면서
“그래, 오늘도 끝났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시 55분이 되기 전에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차에 앉아 잠깐 고민했다.
운동을 바로 갈까? 그냥 집에 갈까?
점심 때만 해도 퇴근하고 바로 운동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퇴근길에 바람이 너무 차서… 의지가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집에 가는 길에 코트가 있으니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었다.

도착한 코트에는 두 분이 이미 운동하고 계셨다.
생각보다 너무 반가워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냥 코트로 들어가 버렸다.
운동 준비도 하나도 안 했는데,
그냥 퇴근 복장 그대로 운동화 신고 라켓 들고 들어갔다.
“에라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한 시간 정도 쭉 운동을 했다.
몸이 풀리고 나니 추웠던 마음도 사라졌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을 열고,
바로 보이는 딸아이 방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중2 딸아이는… 뭐, 예상한 대로 무심했다.
본체만체 인사를 받아주고는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갔다.
아내가 있는 안방에 가서 “다녀왔어” 인사를 했는데,
아내는 컴퓨터로 뭔가 작성하느라 바쁜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응” 하고 인사만 했다.
뭐… 이런 날이 한둘인가.

가족들에게 퇴근 신고(?)를 마치고는
후다닥 씻고 TV를 켰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싶어서 채널을 돌리다가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TV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그리고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40대 후반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

오늘도… 재미는 없는 하루였다.
그냥 지나가버린 평범한 월요일.


그래도 이렇게 기록해두니,
일상의 작은 감정들이 조금은 살아나는 것... 같나?  모르겠다.

반응형